
1977년에 발사된 탐사선이 지금도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3시간입니다.
보이저는 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멀리 간 것이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계획이 성사된 것은 176년 만에 한 번 오는 기회 덕분이었습니다.
보이저 1호와 2호 비교
| 항목 | 보이저 1호 | 보이저 2호 |
|---|---|---|
| 발사일 | 1977년 9월 5일 | 1977년 8월 20일 |
| 방문 행성 | 목성, 토성 |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
| 성간우주 진입 | 2012년 8월 | 2018년 11월 |
| 현재 거리 | 약 250억 km | 약 210억 km |
| 신호 도달 시간 | 약 23시간 | 약 19시간 |
이름과 달리 2호가 먼저 발사되었습니다. 궤도 설계상 2호가 더 긴 경로를 돌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1호는 나중에 출발했지만 더 빠른 경로로 앞질렀습니다.

176년 만의 기회
1960년대 중반, 젊은 연구원 게리 플랜드로가 계산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1970년대 후반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한쪽에 늘어서는 배치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배치가 왜 중요할까요.
중력 도움 — 공짜로 얻는 속도
행성 곁을 지나가는 탐사선은 행성의 중력에 끌려 가속됩니다. 그리고 빠져나올 때 그 속도를 상당 부분 유지합니다. 행성의 공전 운동 에너지를 조금 빌려오는 것입니다.
행성이 잃는 속도는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하고, 탐사선은 연료를 전혀 쓰지 않고 가속합니다.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면 이 도움을 연달아 받을 수 있습니다. 목성에서 가속해 토성으로, 토성에서 가속해 천왕성으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이 배치는 176년에 한 번 돌아옵니다. 놓치면 다음은 2150년대입니다.
당시 기술로 해왕성까지 직접 가려면 30년 이상이 걸렸을 것입니다. 중력 도움을 쓰면 12년으로 줄어듭니다. 사실상 이 방법 외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보이저가 밝혀낸 것들
두 탐사선이 지나가기 전까지, 외행성계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목성에서
- 이오의 화산 활동을 발견했습니다. 지구 밖에서 활화산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입니다.
- 유로파 표면의 균열 구조를 촬영해, 얼음 아래 바다 가설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 목성에도 희미한 고리가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토성에서
- 고리가 단순한 몇 개의 띠가 아니라 수천 개의 미세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 타이탄의 대기가 두껍고 질소 중심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안개 때문에 표면은 보지 못했습니다.
천왕성에서 (보이저 2호만)
- 새로운 위성 10개를 발견했습니다.
- 자기장이 자전축과 크게 어긋나 있다는 기묘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 위성 미란다의 뒤죽박죽인 지형을 촬영했습니다.
해왕성에서 (보이저 2호만)
- 대흑점을 발견했습니다.
- 태양계에서 가장 빠른 바람을 측정했습니다.
- 트리톤에서 질소 간헐천이 분출하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천왕성과 해왕성을 가까이서 본 탐사선은 지금까지 보이저 2호가 유일합니다.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 자료가 주요 정보원입니다.

골든 레코드
보이저에는 실용적 목적이 전혀 없는 물건이 하나 실려 있습니다. 금도금된 구리 레코드판입니다.
혹시라도 먼 미래에 누군가 이 탐사선을 발견한다면, 지구가 어떤 곳이었는지 알려주기 위한 것입니다. 제작 위원회는 칼 세이건이 이끌었습니다.
담긴 내용은 이렇습니다.
| 분류 | 내용 |
|---|---|
| 인사말 | 55개 언어 (한국어 포함) |
| 음악 | 27곡 |
| 자연의 소리 | 파도, 바람, 천둥, 새, 고래 |
| 인간의 소리 | 발자국, 웃음, 심장 박동, 뇌파 |
| 이미지 | 115장 (해부도, 풍경, 건축, 일상) |
한국어 인사말도 들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마디가 성간우주를 날아가고 있습니다.
음악에는 바흐와 베토벤부터 척 베리의 로큰롤, 인도 전통 음악, 아프리카 부족 음악까지 포함되었습니다.
레코드 표지에는 재생 방법이 그림으로 새겨져 있고, 지구의 위치를 알리는 지도도 있습니다. 펄서 14개를 기준점으로 삼아 태양의 위치를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펄서는 각각 고유한 주기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그 주기를 좌표처럼 쓸 수 있습니다.
골든 레코드에 담긴 한국어
골든 레코드의 인사말은 55개 언어로 녹음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한국어입니다. 내용은 짧습니다. 안녕하시냐고 묻는 한마디입니다.
녹음은 1977년 미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코넬대학에 있던 각국 출신자들이 자기 모국어로 한 문장씩 녹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길게 말할 시간이 없어 대부분 인사말 한두 마디에 그쳤습니다.
이 음성은 지금 지구에서 250억 km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습니다. 보이저는 통신이 끊긴 뒤에도 계속 날아갈 것이고,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어 부풀어 오를 때에도 여전히 성간 공간을 지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안에 한국어 한마디가 실려 있습니다.
누군가 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보이저가 다른 항성계에 접근하기까지는 수만 년이 걸리고, 그마저도 특정 별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닙니다.
칼 세이건도 이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레코드가 외계인보다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구 전체를 하나로 놓고 "우리는 이런 존재다"라고 정리해 본 시도라는 뜻입니다.
창백한 푸른 점
1990년 2월, 보이저 1호는 임무를 마치고 태양계를 벗어나는 중이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나사에 요청합니다.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한 번 찍어달라고.
반대가 있었습니다. 과학적 가치가 없고, 태양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면 센서가 손상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설득 끝에 촬영이 승인되었습니다.
약 60억 km 떨어진 곳에서 찍힌 사진 속 지구는 0.12 픽셀이었습니다. 산란된 햇빛 줄기 속에 떠 있는 희미한 점 하나. 확대해도 아무 형체가 없습니다.
세이건은 이 사진을 두고, 인류의 모든 역사와 모든 사람이 저 작은 점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썼습니다. 왕과 농부, 모든 전쟁과 사랑이 픽셀 하나 안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진은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인용되는 우주 사진 중 하나입니다.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
두 탐사선은 여전히 작동 중이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전력이 줄고 있습니다. 보이저는 플루토늄의 방사성 붕괴열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RTG)을 씁니다. 이 출력은 매년 약 4W씩 감소합니다.
운영팀은 오래전부터 장비를 하나씩 꺼왔습니다. 카메라는 이미 껐고, 난방 장치도 상당 부분 껐습니다. 설계 온도를 한참 밑도는 환경에서 장비들이 예상보다 오래 버티고 있습니다.
2030년대 중반이면 통신이 끊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후에도 보이저는 계속 날아갈 것입니다. 다만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는 금속 덩어리로서입니다.
성간우주에 들어갔다는 건 무슨 뜻인가
태양은 사방으로 태양풍을 뿜어냅니다. 이 태양풍이 미치는 영역을 태양권이라 하고, 성간 물질에 밀려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경계를 태양권계면이라고 합니다.
보이저 1호는 2012년, 2호는 2018년에 이 경계를 넘었습니다. 태양풍의 입자 밀도가 급감하고 성간 입자가 급증하는 변화가 측정되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태양계를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범위인 오르트 구름은 훨씬 바깥까지 뻗어 있습니다. 보이저가 오르트 구름을 완전히 통과하려면 약 3만 년이 더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보이저와 지금도 교신이 되나요?
됩니다. 심우주 통신망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다만 신호가 매우 약해 거대한 안테나가 필요하고, 명령을 보내고 답을 받는 데 이틀 가까이 걸립니다.
40년 넘은 컴퓨터가 아직 작동하나요?
작동합니다. 메모리 용량은 요즘 기준으로 극히 작지만, 그만큼 단순해서 고장 요소가 적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지구에서 원격으로 코드를 수정해 복구한 사례도 여러 번 있습니다.
보이저보다 빠른 탐사선은 없나요?
태양 중력을 이용해 더 빠른 속도를 낸 탐사선은 있지만,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는 속도로는 보이저 1호가 가장 빠릅니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프록시마 켄타우리까지 4.2광년입니다. 보이저 속도로는 약 7만 년이 걸립니다. 게다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지도 않습니다.
자료 출처
-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보이저 미션
- NASA JPL 골든 레코드 공개 자료
- 현재 거리는 계속 변하므로 NASA JPL의 실시간 페이지를 참고하세요.
- 오류를 발견하시면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세요.
마무리
보이저는 5년짜리 임무로 계획됐습니다. 목성과 토성만 보고 끝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신호를 보내고 있고, 천왕성과 해왕성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의 대부분을 여전히 이 탐사선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통신이 끊긴 뒤에도 보이저는 계속 날아갑니다. 태양보다도 오래 남을 것이고, 그 안에는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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